읽은 것

나는 왜 내가 힘들까

개코코누나 2021. 8. 30. 14:49
728x90
반응형
한국판 제목도 친절하고 나쁘지 않다만 원제 The curse of the self가 통렬하게 직관적이어서 훨씬 마음에 든다

올해 심리상담에서 내가 상당히 자기 중심적이라 시야가 좁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자기 비하와 오만함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정확한 워딩이 그랬다기보다 정리해보니 대략 그런 내용들이었음) 진단을 받았으니 처방도 받아야 할 터, 그러나 슬프게도 그건 이제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 평생 자의식 과잉으로 살아온 나는 그냥 사는 게 힘들다. 호기심이 많아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해왔기 때문에 흑역사가 상당히 있고 소심한 야망캐라 잡힐듯 잡히지 않는 성취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과거와 미래를 말하는 목소리가 항상 나를 괴롭히고 있으며 이런 사람은 현생을 집중해서 살기 힘들다.

이 책의 요는 니가 너를 둘러싼 세계와 올바르게 관계를 맺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자아를 끄거나 생각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아와 현실의 나와의 간극을 줄이고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은데;;; 저자는 인간이 자아를 가지고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장점과 고통,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 등을 말하고 자기 인식 또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답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강조하는 것이 또 다른 사회문제를 만들어 내는 문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짚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의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어서 내면에 몰두할수록 외부 세계의 일을 소홀히 하거나, 편향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의식적 사고 못지 않게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직관과 통찰력을 무시하게 된다거나, 지나친 자아 의식으로 잠을 못자고 섹스를 못하는 등 현생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견고한 정체성과 자아를 지키려는 의식이 자신과 타인을 구분할 때 사용이 되며 나와 정체성이 다르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집단에 공격성을 보이고 갈등을 일으키는 데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많은 종교들은 자아 내지는 내적독백이 '영적 변화'와 성장을 방해하고 궁극적으로 도덕성에 대한 장애물로 받아들이기까지 했는데,(정치와의 결합을 생각해봤을 때 통치전략으로서의 함의를 배재할수 없긴하나)서구의 종교는 이에 대해 자아 통제를 권하였으며 동양의 종교는 명상과 같은 자아를 조용하게 만드는 방식을 취하였다. 여기서 힘차게 떠오른 미라클 모닝 류의 자기 계발 루틴들...

미라클 모닝에서 권하는 루틴은 명상과 자신의 목표와 이상향을 매일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극한의 자기 절제와 통제(새벽 5시에 일어나자니... 절레절레) 그리고 자아꺼두기와 내적독백을 동시에 권장하는 혼종이라 할 수 있겠다. 궁극적으로 이상적인 자아상을 만들고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하루를 제대로 보내려는 의식(ritual)인데… 매일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 사이 갭을 떠올리고 그 차이를 메워야 한다는 생각을 매일하게 된다면, 삶에 의지가 돋을까? 사는게 고행으로 느껴질까? (나 같은 경우는 몇 달 실행해보았으나 삶이 고행이라는 게 뼛속깊이 느껴져 그만두었다...나는 그냥 살고 싶을 뿐.)

나의 고통 대부분은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고 진단을 받았으니 진짜 세상에서 잘 살아보겠다.

'읽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Pandemic  (0) 2021.10.04
인간의 흑역사  (0) 2021.09.22
피의 수확  (0) 2021.09.18
나는 언제나 옳다  (0) 2021.09.06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 리틀라이프  (0)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