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맨(candyman, 2021/놉(nope, 2022)/스크림5 (scream 5, 2022)
최근 연달아 공포영화들을 좀 봤는데 어느 것도 완전히 성에 차지 않았으나 그럭저럭 다들 완성도가 있었다. 최근에 리메이크 된 캔디맨을 가장 많이 기대했었는데 셋 중에 가장 별로였음. 리메이크된 캔디맨은 원작 캔디맨1 사건이 도시전설로 떠돌고 있는 현재가 배경이다. 캔디맨 1의 사건은 다음과 같다. 논문을 쓰기 위해 빈민가에 머물던 백인 대학원생이 아기를 납치하고 불에 태우려고 했으나 실패했다는 건 알려진 괴담, 그 사람은 사실 캔디맨으로부터 아기를 구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게 사건의 진상이다.
여튼 거울을 보고 다섯번 캔디맨을 부르면 그가 나타난다는 캔디맨 괴담을 듣고 감명을 받은 주인공은 캔디맨을 모티브로 뭐에 씌인듯 가열차게 작품활동을 하기 시작하는데. 생각없이 캔디맨 이름 부르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와중에 주인공의 과거도 밝혀진다.
원작에도 인종차별에 대한 공포를 뉘앙스로 만들어진 흑인 살인마 괴물 귀신 캐릭터가 주인공이며 리메이크작에서는 그 메세지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물론 현대 미국에서 흑인이 살고 있는 세상은 캔디맨을 만들어낸 흑인에 대한 린치가 만연한 세상과는 다르지만 - 주인공 커플은 직업은 화가에다 큐레이터이다. 당연히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회 상층부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흑인도 많다 - 인종적 특성때문에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하이컨셉 공포영화라고 부르는가 본데, 하이컨셉(hight concept)이라는 말은 찾아보니 대략 차별화되고 독특한 훅(hook, 비슷한 뉘앙스의 말로 야마?라고 해야할지)이 있는 전제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를 말한다고 한다. 전제부터 관심을 끌어야 하고 이야기가 선명한 것이 특징. 포괄적인 뜻을 담을 수 있는 개념인 듯 한데 어쨌든 거울을 보고 이름을 부르면 나타나는 괴물, 근데 그게 옛날에 린치 당해 죽은 흑인이라면?이라는 캐릭터 서사부터 훅이 확실하고 주제나 이야기가 확실하다.
위의 캔디맨은 조단필이 프로듀싱한 것, 놉은 조단필의 세번째 연출 영화다. 어느날 어느 지역 하늘에 뭔가가 나타나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말조련사 주인공과 주인공의 동생, 아역배우 출신 사업가(요 캐릭터가 스티븐연)는 그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자신을 지키거나 이용하려고 한다. (스포!) 잘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해 한없이 조심스러웠던 이는 목숨을 구하고, 밑도 끝도 없이 자신만은 무사할 꺼라는 믿음을 가졌던 오만한 이는 죽음을 맞이한다. 다른 생물의 눈을 똑바로 보는 건 싸우자는 거다. (일반적으로) 나는 아닐꺼라고 생각하지 말지어다. 존중하고 오만하지 말지어다.
스크림 5라니... 심지어 내년에 6이 나온다고. 이 시리즈가 이렇게 오랜 기간 제작될 꺼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여튼 스크림 시리즈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간결한 구성으로 진행되는 고스트마스크를 쓴 살인자는 누구인가. 니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라는 컨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달린다. 이미 아는 공식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머리를 쓸 필요 없이 공포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며 아주 편안하게 볼 수 있다.(은근히 뭔가 메세지 줄라고 하는 하이컨셉 호러영화를 까는 대사도 있다...) 고어장면도 충분하고, 살인자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놀랍지는 않았지만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고 별일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