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것

에이리언1(alien, 1979)의 애쉬와 에이리언2(aliens, 1986)의 비숍

개코코누나 2023. 2. 1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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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에이리언 1과 2를 각각 못해도 서른번은 넘게 봤을 꺼다. 얼마전에도 별 생각없이 보다가 애쉬가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안드로이드라는 평의 의미를 불현듯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싸가지 없음이 바로 인간성을 의미하는 것.

에일리언 1에서 애쉬는 리플리와 가장 심하게 부딪히는 인물이다. 둘의 격돌은 모행성을 탐사하던 케인(노스트로모호 선원 중 하나)의 얼굴에 페이스허거가 붙으면서부터 가시화된다. 이성적인 리플리는 케인에게 붙어있는 이물질이 선원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검역규정을 준수하여 이물질의 정체가 밝혀질때까지 케인을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나중에야 밝혀지지만)이미 회사로부터 생명체를 운송해오라고 지시를 받은 애쉬가 리플리에게 대응하는 방식은, 짐짓 '윤리'적인 고민을 하는 것같은 제스쳐를 취하면서 케인을 밖에 놔둘수는 없다며 동정에 호소하는 것. 애쉬는 결국 케인을 선박에 들어놓는다. 그리고 그들은...

 

안녕 난 애쉬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윤리를 방패삼아 사람의 사고방식을 모사하는 애쉬의 다음 특질은 '호기심'이다. 애쉬는 케인의 몸에 붙어온 생명체에 굉장한 호기심을 보이고 연구하는데, 생명체를 운송해오라는 목적 달성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위일 수 있다. 애쉬는 생물체에 순수한 호기심을 가질 뿐 아니라 생물의 공격성과 잔혹성을 찬미하기까지 하는데... (그의 미의식이란) 애쉬는 학습을 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호기심,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주관적인 관점까지 갖추고 있는 고도의 지적활동 수행이 가능한 로봇이다.

게다가 리플리나 다른 대원들에 비교해도 애쉬는 아주 감정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리플리에게 대항하고 화를 내고 초조해하고 궁금해하는 등 보통 사람과 기계를 가르는 (오래된)기준이 되는 감정을 드러낼 뿐 아니라 감정을 숨기는 데도 서툴다. 애쉬는 목적달성에 집착하면서 사사건건 자신의 주장에 태클을 거는 리플리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고 비호감을 표시한다. 프로그래밍 된 목적을 수행하는 거라 쳐도 달성을 저지하려는 시도에 매번 감정이 상한 듯한 모습을 보이던 애쉬는 리플리와 최종 격돌에서 거의 뭐 원한에 가까워보이는 공격을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쯤되면 뭐 사람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이뇬이 가만안도
인간을 조소하는 애쉬. 에이리언 시리즈 중 가장 역겨운 장면 1위

에이리언2에도 비숍이라는 인조인간이 등장한다. 나중에야 드러나지만 비숍은 이 모든일의 원흉이 된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 사장 모습을 본떠 만든 인조인간이다. 지난 항해에서 인조인간에게 호되게 당했던 리플리는 비숍의 정체를 알자마자 불안함을 드러낸다. 애쉬의 난동에 대해 비숍은 그 모델은 '신경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로 퉁친다.

 

너도 로봇이냐
눈알요정 비숍

비숍은 애쉬와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조인간이지만 어쩐지 애쉬 모델에서 공격성만을 제거하고 인간에 충성하는 버전으로 개조한 듯하다. 에이리언2에서 비숍의 행동은 대부분 이타적이었고, 두려움을 토로하면서도(비행선 활성화를 위해 누군가는 파이프를 통해 건너편 건물까지 가야했다) 결국 자기 희생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애쉬에게 일어난 신경체계문제가 비숍에게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는데, 비숍에게도 강한 호기심이 있기 때문. 의문을 가진다는 건 사고의 기본이므로 향후 비숍에게도 애쉬와 같이 '인간성'이 발전되는 계기가 생길런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