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발리 우붓 (2020.3.17~3.27) 1

개코코누나 2021. 12.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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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때 여행하면서 노트 썼던 단상을 다 옮겨놨다. 많은 정보는 없지만 버리기가 아쉽고,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하던 상황이 꽤 잘 기록되어 있는 것 같다.

 

가는길에 킹덤 시즌2를 몰아봄


3.17.화
새벽 5시 20분쯤 일어나 6시에 나와서 버스를 타고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그곳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2터미널로 왔다. 공항에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대한항공과 가루다 창구에만 어느정도 사람이 있어 약간 기다려야 했다. 준비한 건강확인서를 들이밀고 무사히 보딩패스를 받았고 짐도 부쳤기에 몸도 가벼워졌다. 무려 44,000원을 주고 지하에 외투를 맡겼으며 44,000어치만큼 다시 가벼워졌다. 태국음식점에서 베트남음식을 먹고 체온을 체크한 뒤 검역을 통과, 면세점을 들러 물건을 찾았다. 화장실을 들린 후 커피나 한잔?하니 어느새 보딩시간이었다. 3시간 정도 일찍왔는데 모든 과정이 딱 맞게 알맞게 진행되었다. 사람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많이 올라(1,200원대) 이 노트도 비싸게 주고 구입하게 됐다. 일기장을 까먹고 챙기지 않은 탓이다. 도착하면 유심찾고 환전하고 픽업기사 찾아서 우붓으로 이동한다. 부디 그 사이 별일 없었길.

3.18.수
화요일 늦은시각 숙소에 도착해 룸서비스를 시켜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한국 공항에서부터 으슬으슬 몸이 좋지 않았는데 여전히 그 상태로 악화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담고 제법 호화롭게 이런저런 배스 솔트 같은 걸 털어넣고 누워있으니 몸이 조금씩 풀린다. 약한 감기기운 같아 혹시 코로나 무증상이나 초기 증상은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다.

1박에 20만원 가량인 리조트는 너무 심하게 좋다. 숙소는 넓고 리조트 부지는 광활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이다. 밀림에 푹 쌓여있는 모습이라 광장히 아름답고 한편 거기 들어선 리조트는 꽤나 노력했음에도 인공적이다. 훈련이 잘된 직원들이 접객을 하고 나도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정글을 감상할 수 있는 수영장에서 잠깐 운동을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우붓 시내로 나갔다. 비가 많이 오고 있었는데 왕궁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지 그쳐있었다. 여행 중에 비를 만난 경우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 두 번이다. 건기로 넘어가는 시기인 탓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제 막 퍼지고 현지 언론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듯하다. 관광객이 많이 빠져 거리가 한산한다. 샵들은 텅텅비어있고 마스크를 하고 있는 일부 직원들은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다. 샵들을 구경하는 건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이미 면세점에서 물욕을 다 채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미 발리를 다녀온 누군가에게서 선물받은 드림캐처나 비누 같은 집안 어딘가에 있는 물건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고오고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흔적을 보았다. 페스티벌을 위해 기부한 사람들의 명단을 거리 한 켠에 게시해 놓았다. 그 근처엔 거대한 크기의 용을 닮은 인형이 제작되고 있는 중이었다.

 

우붓 시내 한가운데 떡하니


몽키포레스트에 갔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라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음식을 줏어먹는 몇 원숭이를 볼 수 있었다. 저녁은 나름 맛집이라고 소문난 이탈리아 음식점에 갔는데 그닥 맛있게 먹지 못했다.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아 반신욕을 하고 잤다.

3.19.목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장님(와얀)이 운영하는 여행회사를 통해 아융강 레프팅을 갔다. 우붓은 길이 험하고 좁아 차를 렌트해서 돌아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사장님은 인도네시아, 발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는데, 사회, 정치, 문화, 역사, 지형을 망라한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몇 가지는 기억날 것이다. 우리는 프랑스에서 온 커플 그리고 가이드와 함께 보트를 타고 10km가 넘는 강을 약 2시간 동안 내려갔다. 가이드는 매너리즘 가득한 태도로 흥을 돋우려 내썼고(크로커다일! 수구리!) 나는, 특히 남편은 열심히 반응했다. 중간중간 음료를 팔려고 동네 주민들이 나와있었고 우리는 중간 정도 지점에서 음료를 사먹었다. 레프팅을 마치고 와얀의 귀띔에 가이드에게 팁을 건네고 부페식으로 마련된 곳에서 식사를 했다.

물의 사원에 도착했을 때는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었는데 곧 그쳤다. 화산부터 내려오는 물에 몸을 헹구려(액운을 떨치고 다시 살려는) 여행객들이 돌로 만들어진 수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고 전형적인 관광코스같이 여겨져 괜히 흥미를 잃었다. 하지만 돌아보니 마을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고 방문하여 의식을 치르고 기도를 하기도 하는 실제 사용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흰두교 불교 사원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것고 인상적이다. 와얀의 말로는 서로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아서 그게 가능하다고 했다.

 

플랜테이션에서 커피 마시면서 바라본 풍경


정말 관광코스스러웠던 곳은 다음에 들린 커피 플렌테이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대한 인상은 꽤나 흐릿하게 남아 있다. 플랜테이션이 있는 곳은 우리가 머물고 있는 리조트와 같은 가야나르 지역으로 이 지역 사람들은 높은 고도 때문에 논농사대신 기후에 맞는 커피나 카카오 같은 작물을 재배하는 걸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울창한 밀림을 보며 커피를 마시는 건 좋았으나 같은 공간에는(비록 우리 자리와 거리는 있었으나) 우리에 갇혀 이상행동을 하는 사향고양이도 있었다. 나는 그게 기억에 더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다음으로 킨타마니에 있는 바투르산을 보려갔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바투르산은 휴화산으로 불과 십몇년전 분화해 용암이 흐른 흔적이 시커멓게 남아있다. 산을 둘러 꽤 가까운 거리부터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산 옆에는 바뚜르 호수가 그 뒤쪽으로 아방산이 있다. 호수 건너편에는 (와얀아저씨 설명에 의하면) 힌두교가 싫어 자기들끼리 모여살기 시작한 사람들이 만든 마을이 있고 발리사람들조차 생소하게 여기는 문화(대표적으로 풍장, 발리는 화장 문화라고 한다)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마을에 들어갈 수는 있지만 비싼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좌측 거뭇한 부분이 용암 흔적이란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수영을 잠깐하고 쉬었다. 오한이 가시질 않는다. 우붓이나 오늘 돌아다닌 지역 모두 고지대라 서늘한 편이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컨디션 때문인지 많이 먹지 못했다.